신용회복경험담
연구 대신 도박을 택했던 시간, 그리고 다시 삶을 향해
- 최고관리자 24일 전 2025.04.2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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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실험실과 논문이 전부였던 삶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7살, 이공계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입니다. 원래 제 인생은 꽤 단조로웠습니다. 실험실에서 하루 종일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지도교수 눈치 보며 학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전형적인 ‘공돌이’ 인생이었죠.
가끔은 너무 팍팍하다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언젠가 연구실을 나와 좋은 기업에 취직하거나 박사로 진학해 연구원이 되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돈은 없었지만, 인생에 대한 불안보다 꿈이 더 컸던 시기였습니다.
2. 전개: 한 번의 클릭, 시작된 나락
그런 제가 도박에 손을 댄 건, 단순한 호기심에서였습니다. 친구가 보여준 스포츠토토 사이트, “만원만 해보자”던 게 시작이었죠. 예상이 적중했을 땐 짜릿했고, 연구실에 앉아도 실험보다 배당률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 몇 번은 잃어도 그저 소액이라 생각했고, ‘다시 따면 된다’며 계속 베팅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점점 더 큰 금액을 걸게 됐고, 손실을 만회하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급기야 대부업체 대출까지 이용하게 됐습니다. 한 번은 직접 강원랜드까지 다녀온 적도 있어요. 한 번에 인생을 바꾸겠다는 착각,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2년 8개월 동안 쌓인 빚은 6,500만 원. 대부업체 3곳, 저축은행 1곳에서의 채무가 제 목을 조이기 시작했고, 이자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때쯤엔 연구는커녕 사람 얼굴도 못 보겠더라고요.
3. 위기: 무너진 관계, 다 꺼진 불빛
결정적으로 저를 깨운 건, 어머니의 한 마디였습니다. “너, 무슨 일 있니?” 제가 자꾸 집에서 돈을 빌려가니까 눈치를 채셨던 거죠. 대답을 못하고 주저앉은 그날 밤, 저는 처음으로 사람 앞에서 울었습니다. 숨기고 감추던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터졌어요.
상담을 받기까지 3개월을 고민했습니다. 도박 빚도 회생이 가능한지, 대학원생도 신청할 수 있는지, 몰랐던 게 너무 많았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는 말도 못 했고요. ‘이런 건 실패자의 이야기’라는 인식이 강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상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래, 다시 살아보자. 그래도 아직 20대잖아.’ 처음 상담받던 날, 창피하고 무서웠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조금은 놓였습니다. “나 이제 이 고리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더군요.
4. 해결: 나를 내려놓고, 현실을 마주하다
상담 후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법원에 접수하고, 인가가 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렸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도박’이라는 채무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심을 담아 반성문을 작성했고,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과 실제 금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제출했습니다.
변제 계획은 월 42만 원, 총 3년간 갚는 조건이었습니다. 대학원 장학금과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맞춰 나가야 했죠. 처음 몇 달은 정말 빠듯했습니다. 친구들 술자리도 피하고, 집도 옮기고, 지출을 철저히 관리했어요.
법원 출석 당시, 다소 긴장됐지만 판사님 앞에서 제 이야기를 직접 말하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졌습니다. 이건 벌이 아니라, 다시 살아보라는 기회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5. 결말: 회생이라는 이름의 리셋 버튼
지금은 개인회생 인가 후 약 1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변제를 하고 있고, 하루하루가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다시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지도교수님께도 솔직히 말씀드렸고, 오히려 “다시 시작할 용기 낸 거 잘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졸업을 앞두고 있고, 취업 준비도 슬슬 시작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지워지지 않지만, 그게 제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저처럼 실수로 삶이 무너진 분이 있다면 꼭 전하고 싶어요. 개인회생은 단순히 빚을 정리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입니다. 부끄러워 마세요. 도박이라는 어두운 터널에서도, 나올 길은 있습니다. 저처럼요.